“-셈이다”에 대한 고민

미국인 학생과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요즘 한국어의 “셈”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함께 골치를 앓고 있다. 한국어 원어민으로서 너무나 당연하고 편하게 사용했던… 일상생활에서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쓰게 되는 이 표현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지 정말 정말 골치다. 한 번에 알아 들어주었으면 좋았겠지만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학생이 이해를 못한다면 그 하나의 표현이나 단어에 대해 설명을 전달 할 때 내 입에서 나오는 설명을 위한 단어의 선택을 고민하면서 공부를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고맙기도 하지만 아, 역시 골치야…

국립국어원에서 시범 운영 중인 학습사전에서 검색해서 찾아보니 의존 명사(Bound noun)로 설명을 해 놓았는데, 사실 우리 학생이 가지고 있는 교과서에서 설명해준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다. 무려 세가지 뜻으로 나눠 놓았는데, 하나는 ‘생각’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셈’, 또 하나는 ‘형편이나 결과’, 나머지 하나는 ‘가정’의 의미에서 쓰인다고 정리를 해두었다.

‘생각’의 뜻으로 사용된 ‘셈’은 동사와 결합 하면서 거의 동사 변화가 규칙성을 띄고 있는데다가 ‘생각’이라는 단어를 ‘셈’으로 바꿔치기를 해도 문장에서 전혀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우리 학생이 잘 이해를 하는 듯 했다. (숙제로 내준 예문도 잘 만들어왔으니!)

예를 들어, 예문을 만들어 보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듯 “-ㄹ 셈이다”의 형태로 변한다.

어떻게 할 이니?        / 어쩔 이니?

어떻게 할 생각이니?    / 어쩔 생각이니?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이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나머지 ‘결과, 상황, 가정’에 대한 것을 설명하면서 학생에게 혼란을 준 것 같기도 하다. 풍부한 예문으로 아무리 이해시키려 해보았지만 제출한 숙제를 보니 이 모양이다… 교사로서 좌절감을 느끼는 순간… ㅠㅠ

마이클

나머지 남은 뜻에 대해서도 어형 변화를 관찰해보면 ‘-셈 치다’를 제외하고는 ‘-ㄴ 셈이다’로 통일이 되기 때문에 학생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뜻을 하나로 정해서 알려주려고 한다. 아… 생각해보니 예전에 미얀마 학생에게 ‘셈’을 가르칠 때 두 가지로 정리를 해서 가르쳐 줬었지… (-,.-) 이번엔 왜 엄한 짓을 했지… 학생이 자기도 알아듣고 싶은데 갈피를 못잡아서 엉뚱한 예문을 잔뜩 만들어서 나에게 보내주니 나도 고통스럽다 매우.

오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가정’의 뜻으로 통일하여 알려줘야겠다고 가닥을 잡았다. 국립국어원에서 형편이나 결과의 뜻으로 아래 처럼 예문을 던져줬는데, 영어의 ‘assume’으로 설명을 해줘도 이해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셈 [셈:]

  1. 어떤 형편이나 결과를 나타내는 말.

    A bound noun indicating certain circumstances or results.

    – 괜찮은 .

    – 실컷 먹은 .

    – 잘한 .

    – 승규는 이 정도면 괜찮은 으로 생각했다.

    – 선생님은 싸우는 학생들에게 어찌된 이냐고 물었다.

    – 가: 1점만 냈어도 이겼을 건데 아깝다.

    나: 그래도 우승 후보를 상대로 이 정도면 잘 한 이야.

    * reference: 주로 ‘-은/는 셈이다’, ‘-은/는 셈으로’로 쓴다.

  2.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나타내는 말.

    A bound noun indicating a plan to do something.

    – 어떻게 할 .

    – 어찌할 .

    – 승규는 농땡이를 부릴 으로 학원에 가지 않았다.

    – 자퇴서를 낸 유민이에게 선생님은 어찌할 이냐고 물었다.

    – 가: 민준이가 대회 도중에 나갔다며?

    나: 걔는 어쩔 인지 모르겠어.

    * reference: 주로 ‘-을 셈이다’, ‘-을 셈으로’로 쓴다.

  3. 미루어 가정함을 나타내는 말.

    A bound noun indicating judgment by guessing.

    – 먹은 셈 치다.

    – 받은 셈 치다.

    – 속은 셈 치다.

    – 없는 셈 치다.

    – 죽은 셈 치다.

    – 승규는 지수와 유민에게 자신은 없는 셈 치고 편히 말하라고 했다.

    – 민준이는 친구들이 몰래 파티 준비를 하는 걸 알았지만 속은 셈 쳤다.

    – 가: 미안해요. 선물을 준비했는데 실수로 꺠트렸어요.

    나: 괜찮아요. 받은 셈 칠게요.

    * reference: 주로 ‘-은/는/을 셈치다’로 쓴다.

다음 수업 시간엔 부디 우리 학생이 잘 알아들어서 완벽한 숙제를 제출할 수 있길!

Author: Joy

모두에게 열려있는 '달달한국어(http://daldalkorean.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많이 많이 애용해주세요.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