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스승의 조건

얼마전 유튜브에서 이지영 선생님이 하신 말을 듣고 솔깃해서 나는 요즘 책에 줄을 긋기 시작했다. 그 분이 말씀하시길, 책을 읽을 때 좋아하는 문장에 줄을 그으면서 보고 다시 읽었을 때도 그 문장을 기억하고 싶으면 또 다른 펜으로 줄을 긋는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면 읽었다는 사실과 몇 가지 감정들은 남아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도 짧은 구절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고민이던 찰나였다.

보통 나는 책을 읽고나면 내용을 기억하고 싶어서 필사도 해보고, 아니면 다시 읽어보기도 하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있는 장에 인덱서를 덕지덕지 붙이기도 한다. 확실한 효과는 아니었지만 내가 아는 선에서는 가장 괜찮은 방법들이라 생각했는데, 웬걸 ㅡㅡ 막상 줄긋기를 하면서 읽으니 집중도 잘되고 다음에 책을 폈을 때 내가 그어놓은 줄이 뙇 보이니까 완전 잘 기억나잖아!!! 책을 사서 제 값주고 되팔지도 못하는데 뭐하러 이제까지 책을 아꼈나 싶은 순간이었다.

아무튼 난 앞으로 책을 더럽게 읽을 것이다. ㅋㅋㅋㅋ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2년인가, 3년 전쯤에 산 책이 있는데, 책 제목이 ‘어떻게 나를 지키며 살 것인가 – 무엇에도 지배당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위한 20가지 사유의 힘’이다. 한 번 읽은 책인데 두번째 읽어도 너무 생소하다!! 책 내용이 좋았다는 느낌만 남았을 뿐. 😐

아무튼 시간이 지나서 같은 책을 다시 읽어보니 이해도 깊어지고, 어떤 내용은 내가 궁금해하고 찾고 싶었던 답을 말해주고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인 작가님 좋은 책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온라인 강의를 많이 하다보니 새로운 학생의 유입이 잦은데다 첫 수업은 항상 회사 면접을 본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수업이 많지 않은 초보 선생님 시절에는 ‘이 학생이 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장 많이 장악했다. 지금은 경력도 조금 쌓였고, 강의도 자주 하다보니 오랫동안 함께한 학생의 실력이 지지부진할 때가 더 답답하다. 그래서 요즘엔 ‘좋은 교사는 도대체 뭐야?’라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든다.

조제프 자코토는 프랑스 혁명 이후 부르봉 왕가가 복귀하는 바람에 당시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던 벨기에로 망명한다. 그리고 1818년 루뱅 대학 프랑스문학 담당 외국인 강사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런데 그는 학생들이 쓰는 네덜란드어를 할 줄 몰랐고, 학생들은 그의 프랑스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스승과 제자가 모인 ‘말도 안 되는’교실 풍경을 생각해보라. 어처구니 없는 상황 속에서 자코토는 프랑스어-네덜란드어 대역본으로 된 책 한 권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한다. 그는 단어나 문법을 하나도 가르치지 않은 채 학생들이 스스로 프랑스어를 익히도록 책을 반복해서 읽혔고,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했다. 누가 보더라도 무지막지한 교수법이었지만 벨기에 학생들은 마침내 프랑스어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 자기 무시로부터의 해방, 좋은 스승의 조건

age quod agis, 즉 네가 하는 것을 계속하라. “사실을 배워라, 그것을 따라하라, 네 자신을 알라, 이것이 자연의 진행방식이다.” 너에게 네가 가진 힘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게 해준 우연의 방법을 체계적으로 되풀이하라. 동일한 지능이 인간 정신의 모든 행위에서 작동하고 있으니.

자크 랑시에르 (1940~)

정말 당연한 사실인데도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다는 사실. 알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적절한 긴장만 있다면 일일이 가르치는 스승이 없어도 혼자 충분히 배울 수 있다는 그 사실! 자크 랑시에르(Jacoues Ranciere)는 정말 좋은 스승은 가르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배우는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느끼고 깨닫도록 도와주는 존재라고 한다.

사실 우리가 모르는 사실이 아닌데도 책에서 보니 또 새롭게 와닿는달까! 새기고 새겨야지.

진짜 가르침은 배우는 자의 자존감을 일으켜 세우고 자기 신뢰를 북돋우는 일이다.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는가는 그 다음 문제이다.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우는 일이 진정한 배움이다. 참스승이라면 배우는 사람이 스스로를 해방하도록 온갖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것이 스승의 참된 몫이다.

흔히들 유명한 스승에게 배우려고 한다. 하지만 잘난 스승이 외려 배우는 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지식이 넘치는 스승은 제자들을 바보로 만들기 십상이다. 자신을 해방시킬 힘이 스스로에게 있음을 알려주는 게 좋은 가르침인데, 지식을 전수하려고 안달하는 스승은 끊임없이 제자를 바보로 만든다. 여기서 바보 만들기란 제자들의 이해력이나 탐구심을 떨어뜨린다는 게 아니라, 가르치는 자는 내리 가르치고 배우는 자는 내내 배울 수 밖에 없도록 위계 짓는 것을 말한다.

– 자기 무시로부터의 해방, 바보 만들기 교육

유식한 스승은 대답을 알고 있으며, 그의 질문들은 자연스럽게 학생을 그 대답으로 이끈다. 이것이 훌륭한 스승들의 비밀이다. 질문을 통해 그들은 학생의 지능을 조심스럽게 이끈다. 지능이 작동할 수 있을 만큼 조심스럽게, 하지만 지능을 그냥 내버려둘 정도까지는 말고.

자크 랑시에르(Jacoues Ranciere)

배움은 스승이 주는 지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내가 당신보다 아는 게 더 많으니 가르쳐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지식인들의 착각이자 교만이다. 자꾸 설명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듣는 이들의 무능력을 필요로 한다.

배움에서는 해방이 중요하다. 지식을 주입하는 것보다는 자신감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자유로워지는 것이 우선이다.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은 배워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 진정한 해방이다.

– 자기 무시로부터의 해방, 바보 만들기 교육

Author: Joy

모두에게 열려있는 '달달한국어(http://daldalkorean.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많이 많이 애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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