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잘 하는 방법 (?)

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아무래도 영어로 설명을 해야 할 일이 잦다. 그러다 보니 어떤 영미권 학생들은 나에게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 하느냐고 물어보는데, 그 때마다 드는 내 생각들을 대충 나눠보니 둘로 나뉜다. 하나는 ‘내가 그렇게 영어를 잘 한다고???? 세상에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또 하나는 ‘아하, 너도 한국어를 이 정도는 하고 싶은 거구나!’

출처: Pinterest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이 하는 대부분의 질문이 ‘어떻게 한국어를 잘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함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정말 신기한 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물음에 대한 정답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며, 그 가장 단순하면서도 모두가 아는 방법을 잊어 버린다는 것이다.

꾸준함!

나는 오늘 꾸준함의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느끼는 중이다.

오전 온라인 수업을 산뜻하게 마치고 다음 수업 준비를 위해 방을 옮기려는 그 순간. 갑자기 왼쪽 허리 춤에서 전깃불이 번쩍하는 느낌이 들더니 곧 머리 꼭대기에서 허리까지 피 대신 온 몸에 뜨거운 식초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찌릿찌릿 받았다. 그리고는 온갖 종류의 비명을 지르면서 식탁 쪽으로 걸어 갔는데, 걸을 때 마다 허리에 힘이 조금이라도 실리면 허리에서 전기가 짜릿하게 느껴졌다. 다행히 남자친구가 금방 달려와서 따듯한 찜질과 마사지를 번갈아 가면서 해줬고, 진통제와 근이완제까지 꿀꺽 삼키고 나니 몇 시간 뒤 부축을 받아서 일어날 정도는 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허리 쪽에 오래된 척추 측만이 살짝 있다. 어릴 때는 턱을 괴는 습관이 있었고, 지금은 음식을 한 쪽으로만 씹는 습관을 못 고치고 있으며, 지하철에서 자리가 없이 서 있어야 할 때는 심지어 짝다리로 서 있는다. 가끔 나도 내 자세를 인지할 때가 있는데, 그 땐 짝다리 방향을 바꾸어 주는 것이 자세 교정을 위한 노력의 전부이다.

3~4년 전의 나는 무에타이와 헬스를 즐기는 도시 여자로서 청바지를 입은 내 뒷태가 스스로 봐 줄만 하다고 생각했고, 옷을 사러 갈 때면 가끔은 배꼽이 드러나는 상의를 입어서 내 복근을 자랑하고 싶은 충동도 있었던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전신 근육 운동을 꾸준히 하니 그 때는 코어가 아주 튼튼했고, 내 평소 자세가 어떻든 간에 내 허리는 어떠한 시련에도 거뜬히 버텨 주었는데…

이게 웬걸…

한국어 가르친다고 매일 앉아 있고, 운동은 끊은 지 매우 오렌지… 그렇게 내 허리 근육은 무너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ㅠㅠ ‘오늘은 피곤하니까, 하루는 괜찮겠지’, ‘3개월 정도 운동 쉬는 거 별거 아니지’, ‘한 1년 쉴 수도 있지!’라고 나에게 끊임없이 면죄부를 줬었는데… 뚜둥… 이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다. 아무튼, 운동은 허리 통증이 낫는 순간부터 다시 할 생각이다!

나는 외국어 공부도 내 허리 건강과 비슷한 상황이지 않겠나 싶다.

왜냐하면, 외국어라는 게 사실상 한 문화의 습관과 약속이 모인 집합체이기 때문에 꾸준히 익히지 않으면 내 허리가 건강을 잃어버리듯 외국어 실력도 사용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금새 실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몸의 근육을 키울 때에도 작은 것에서부터 꾸준히 늘려 나아가야 후에 더 큰 무게를 손에 쥘 수 있듯이, 외국어 공부도 머리의 근육을 키우고 기억 세포들을 연결하는 물리적 과정이 꼭 동반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출처: 핀터레스트

최근의 일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내가 터키 여행을 가기 전에 했던 터키어 공부이다. 원래는 터키에 가기 6개월 전부터 터키 원어민 선생님을 알아보고 수업을 들으려고 했었는데, 온갖 핑계를 대며 대실패. 결국 터키에 가기 일주일 전 남은 4회 수업 티켓만 소진하고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기왕 하는 거 열심히 하자!’가 발동이 되는 바람에 다시 열공 모드로 전환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한 없이 보면 볼 수록 생소한 발음과 글자를 가진 터키어도 충분히 익힐 수 있었다. 마음을 먹고 일주일 동안 계속 보고, 듣고, 따라하니 충분히 이해하고 알아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국 터키에 가서 공부한 것들을 120% 써먹고 돌아왔다! 자그마한 동양 여자애가 터키어로 “한국에서 왔어요. 조금만 깎아주세요.”라던지, “저도 만나서 반가워요!” 같은 말을 꽤 괜찮은 터키어 발음으로 외쳐주니 안 깎아 줄 수가 있나! 그렇게 나는 자연의 당연한 이치를 서른 두살에 다시 배운 것이다! 나는 그 순간 ‘아, 이렇게 하면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도 가능하겠다!’하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영어를 배운 과정도 운동이나, 터키어 학습과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나는 절대적인 시간을 꾸준히, 그리고 많이 투입했다. 비록 일주일 동안이긴 했지만 매일 한시간씩 몰입해서 듣고, 따라하고, 써 보는 그 절대 공부 시간은 설렁설렁 공부한 한 달보다 더 농축된 것이었던 것이다. 나의 영어 공부 기간도 그 처음 시작과 끝을 이어보면 자그마치 10년이 넘는 세월이다. 사람들이 보는 이 10년의 기대치는 물론 높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그나마 이 정도의 실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몰입 학습 기간이었던 첫 2년 이후에도 끊임없이 방법이나 도구를 바꾸어 가면서 나는 한 번도 익히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래서 나는 ‘꾸준함’을 믿는다.

학생들이 “선생님, 어떻게 중국어 공부를 하세요?”라고 물어봐도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냥 나는 “그동안 공부하느라 쓴 시간이랑 돈이 너무 아깝다!!”라며 포기하지 말자고 한다.

제발 포기하지 말자! 나도 포기하지 않을테다. 내 공부, 니 공부 전부!

Author: Joy

모두에게 열려있는 '달달한국어(http://daldalkorean.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많이 많이 애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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